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김정은 정권이 우리 정부와의 모든 대화와 접촉을 거부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전면적인 교착상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남북관계의 향방 및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방향과 관련하여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심층 분석과 대응책의 마련이 긴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인식에 의거하여 하노이 이후 북한이 표출해 온 일련의 비협력적 행태가 ‘우리 정부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그들의 인식’, ‘향후 대남 전략전술 방향 및 정책수단의 선택’ 등과 관련하여 어떠한 심리적 상태(신념체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를 규명하고 우리 정부의 2020년도 대북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함으로써 향후의 대북 정책방향 설정에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본 연구의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① 하노이 이후 우리 정부를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에 근본적 변화가 발생한 것인가?, ② 북한은 하노이 이후의 전략 환경에서도 남북관계의 개선 · 발전이 자신의 전략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③ 하노이 이후 북한이 신념화하고 있는 대남 접근법과 강도(intensity)는 어떠한가?, ④ 북한이 자신의 대내외적 전략 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력의 사용을 선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⑤ 우리는 향후에도 유화적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가?
본 연구를 통해 도출한 주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점차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2018년 이전의 남북관계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북한은 향후에도 우리 정부와의 대화·협상을 거부하고 고강도의 대결적 전략전술로 압박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다만, 경제 분야에서의 남북관계 회복·개선 가능성은 비교적 높고 특히 남북 간 군사관계에서 모종의 진전이 있을 경우, 여타의 분야에서도 긍정적 방향으로의 변화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셋째, 북한은 고강도의 갈등적 대남 접근법을 선호하면서도 무력사용의 효용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전면적 파탄만큼은 피하려는 심리적 상태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북한은 향후 우리 정부가 군사·경제 분야에서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실효성 높은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여타 분야에서의 관계개선까지 견인해 나가는 접근법을 취할 때 비로소 대화·협상에 나서려는 심리상태에 있다.
다섯째, 결국 하노이 이후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해 표출해 온 일련의 비협력적 행태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조바심을 이용하여 다소의 관계훼손을 무릅쓰고라도 북한 자신의 대남 정책목표를 우선 달성하려는 전략으로 전면 전환한 것임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2020년도에 추진을 계획한 상당수의 대북 정책과제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기보다는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더 클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석결과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향후 우리 정부가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 유지(Positive형의 전략적 인내)”,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한 전면적 수용”, “북한과 동일한 대결적 맞대응정책 추진(Negative형의 전략적 인내)”의 세 가지 전략적 옵션 중에서 선택을 고려하되,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상되는 이득과 손실을 감안하여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추후 북한의 행동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 나가는 접근법을 취할 것을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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